예전 같았으면 몸으로 움직였을 텐데...
코로나 19의 영향인지 덕분인지,
이렇게 돌아보는 시간으로 여행을 대신합니다.
돌아보니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연말에 연차를 내고 평안한 시간을 보내다가,
빈 집에 혼자 있기가 뭐 해서 당일치기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지요.
부산을 시작으로 전주, 당진/합덕까지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를 돌아본 셈입니다.
그 이야기 가운데 전주 방문기를 다시 꺼내
보겠습니다.
전주 투어
한옥 마을 - 경기전 - 전동성당 - 청년몰 - 서학동 예술 마을
아내는 출근, 아이들은 등교를 했는지라,
집에는 댕댕이 토이푸들 보리와 나만 있습니다.
직장 생활 25년간의 루틴이 있어서
늦잠은 커녕 평소보다 더 일찍 눈이 떠지네요.
아침부터 청소, 빨래, 설거지를 해치우고,
어제 만들었던 오리고기 김치볶음 남은 걸로
에너지 충전을 하고 나니,
집에만 있기에 억울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제는 부산에 다녀왔으니,
오늘은 전라도 쪽을 살펴보자.
그래 한옥 마을이다.
아직 한 번도 가 본 기억이 없다.'
바로 마실용 back pack에 필요한 것들을
바리바리 구겨 넣고 집을 나서 KTX타러 갑니다.
좌석은 충분한 듯합니다.
연말인데도 불구하고 호남선을 이용하는
여행객들이 없는 것일까요?


KTX를 타고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전주,
그래도 지도를 보면 한 참 아래라서
따뜻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생각보다 쌀쌀합니다.
단촐한 기차역 대합실을 나와보니
삼삼오오 놀러 온 젊은이들도 제법 눈에 보입니다.
다들 비슷한 기대를 하고 내려왔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버스 노선에 대해 정보가 부족했던 바,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택시를 잡아 타고는
기사님께 요청합니다.
"한옥마을로 가주세요"
사실 어디를 돌아볼 것인지는
기차 안에서 대략 정한 상황이 대안도 없습니다.
01 한옥 마을
한 15분 정도를 달려서 낮선 곳에 정차합니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한산합니다.
쌀쌀한 날씨도 한몫하는 것 같고...
게다가 혼자라서 더 차갑게 느껴지는 것 같네요.
'패딩을 입고 올걸...'
'전망대가 있다면 기와지붕을 내려다보는 맛을
느껴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며,
두리번거리다가 일단 볼거리가 있을지
더 돌아보기로 합니다.
한옥마을을 돌아보는
내내 한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는
많은 연인, 친구들의 모습이 보기 좋네요.
그러고 보니일본 교토 기온 거리에도
기모노를 빌려주는 가게들이 있었습니다.
누가 먼저 했을까요?^^;;


한옥마을이라는 지명에 걸맞게
기와집 형태의 건물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다만 전통을 이어 왔다는 느낌보다는
현대식으로 지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은,
빛 바래지 않은 나무들과 보수의 흔적이 없는
기와장들 덕분이겠지요.
물론 천년의 고도인 경주에서도 그런 느낌은 받았습니다.
온돌이 깔린 전통 한옥에서 두툼한 이불을 덮고
자는 상상을 해봤습니다.
아무래도 하루를 보내봐야
한옥의 매력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도 장면 장면을 담는 데는 무리는 없습니다.
전시관 옆으로
으리으리한 규모의 기와집이 있네요.
새로 지은 건물이라 아주 깔끔해 보이고,
처마 끝이 시선을 끄는지라 따라가 봅니다.
다른 테마의 전시관이라 생각했습니다만...
비빔밥 식당이었네요.^^;;
'그래, 아직 초입이고
진짜 한옥마을은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 맞겠지!'


전시관에 들어가 보기로 합니다.
입구에 들어서자 보이는 우산들...
'맑은 하늘에 우산이라니?'
안내글을 찾지 못해
알록달록함을 눈으로만 담아 봅니다.
사실 이런 유사한 컨셉의 전시물, 조형물들을
여러 곳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

02 경기전
거리를 걸어서 내려가 봅니다.
아주 오래된 고궁처럼 보이는데 매표소가 있네요.
'경기전'
전주 풍남동에 있는
태조 이성계 어진을 모셔둔 곳이라고 합니다.
어떤 역사적 이슈와 의미가 있는지는 구글링을 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
3000원의 입장료가
오늘은 무료라고 해서 들어가 봅니다.


주요 사적지에서 볼 수 있는 장면들이네요.
사실 중학교 때 이후로 역사에 대해 죽어라
공부한 적이 없어서인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 예리함이 너무 둥글궁글해졌네요.^^;;
건축양식,
배치 등 눈여겨봐야 할 것이 무엇일까요?
'아니다. 여행이니까 그냥 가볍게 둘러보자'


경복궁에서도 느꼈었지만
고궁이나 사찰은 정말 색채가 아름답습니다.


가마솥과 고래를 보니 유년시절이 생각납니다.
온돌과 가마솥의 콜라보야 말로
뛰어난 조상님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명작'이 아닐 수 없습니다.



03 전동 성당
경기전을 돌아보고 사부작사부작 내려갑니다.
제법 많은 인파들이 몰려있네요.
우리나라의 3대 성당 가운데 하나인
전동 성당입니다.
건축 양식뿐만 아니라
내부 구조도 명동 성당, 합덕 성당과 유사합니다.


성당 내부를 볼 수 있어서 잠시 둘러봅니다.
20대에 성당에서 성가를 부르던 기억에
잠시 눈을 감고
성당 안에 울리는 파이프 오르간 소리를 회상해봅니다.
항상 마음을 경건하게 해주는 곳이지요.
오늘 미사는 없지만 그 분위기를 떠올려 봤습니다.





돌아보니 전후 좌우까지
모든 구조가 명동 성당과 흡사합니다.

하물며 사진을 담는 앵글도 유사하군요.^^;;
04 남부시장 청년몰
내려가던 발걸음을 재촉하여
서학동 예술마을을 찾아가기로 합니다.
우선 풍남문을 거쳐서 시장통에서
식사를 하며 허기를 달랠 생각입니다.


시장통에서 맛집을 찾다가 발견한 간판!
'청년몰'
여기는 어떤 곳일까요?
빠르게 구글링을 해보니
청년 창업을 장려하기 위한 곳이라고 합니다.
잠시 돌아보기로 합니다.
공방, 카페, 작업실 등 소자본으로라도
꿈을 이뤄가겠다는 노력들이 돋보이는 곳이네요.
입점한 가게들의 색깔과 업종이 각양각색입니다.
그런데 한옥마을에서 지척 거리이지만
찾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듯합니다.
아무래도 자본 싸움에서 어려움이 있으니,
이곳에서꿈을 키워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커피 2000원 백반 5000원, 가격은 저렴합니다.
때마침 점심시간, 타이밍이 아주 절묘합니다.
다들 점심 먹으러 갔는지 쉬는 가게도 있네요.
별 도움은 주지 못하고 눈만 호강하고 갑니다.


2층 청년몰에 오르는 계단 옆으로
캐릭터 작품들이 걸려 있던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입점 업체 안내판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운데 사진의 간판은 닭집이네
통닭은 없는 거 같고요,
핫도그, 돈가스 메뉴만 눈에 들어옵니다.^^
여기도 점심은 시장통에서 먹을까요?
아님 연말에 휴가라도 간 것일까요?
가게 문이 닫혀 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그림입니다.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
정말 와 닿는 말입니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는 만큼, 정체성을 찾고
나만의 삶을 살아갈 용기가 필요합니다.


캘리그래피 가게 안에서
조용하게 라디오 방송을 들으면서,
어떤 간섭도 받지 않고 작품 활동에 전념하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그러다가 잠시 허리를 펴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면
그 순간이 행복이지 않을까요?
순간 감정이입이 돼버렸습니다.
탐관오리라~ 오리 고깃집이라면
환상의 네이밍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입소문과 접근성이 관건일 듯하지만!
입점한 가게들마다
고유의 특성이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유사한 디자인, 간판, 인테리어조차 볼 수 없고요.
정말 개성이 넘치는 곳이었습니다.
모두들 번창하시고 대박 나기를 바라겠습니다.












05 서학동 예술마을
청년몰은 2층에 있습니다.
계단을 내려와서 나름 맛집이라는
순대국밥 집을 탐색합니다만 실패합니다.
하여 갈비탕 따끈한 국물로 몸을 녹입니다.
갓김치, 고추 장아찌 맛이 갓(God)입니다.
전라도 음식이 맛나다는 것은 세상이 아는 진리!!
'식후경! 배도 채웠으니 다시 돌아보자!'
헛! 갈비탕 집에서 계산을 마치고 나와
출구를 찾다가 우연찮게 입간판을 보게 됩니다.
'조설례 남문 피순대'
피식 웃어버리고 다음 코스로 이동합니다.


식당 주인아저씨에게 서학동 예술마을을
여쭤봤는데 잘 모르시는 듯합니다.
아니면 지명을 달리 부르는가 싶기도 하고...
구글 맵을 이용 하여 걷고 또 걷습니다.
멈춰있는 달구지에서 반가운 글귀를 보게 되네요.
대략 이 근방인 듯합니다.
일단 돌아보기로 합니다.

아직 대낮인데도 조명과 입구 인테리어가
상당히 세련돼 보이는 사진관!
카페 같아 보여서 따뜻한 차 한잔 마실까
싶어서 들여다봤는데 피자 가게!
나름 세련미가 넘치는 가게들입니다.


돌아보는 내내
오래된 집을 디자인한 경우가 많았습니다만,
새롭게 짓는 집들도 적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커피하우스,
오래된 건물인데 도색만으로 달라 보이네요.
이층 빨간 창틀과 간판이 포인트인 듯 싶습니다.
이층 창틀과 해바라기는 눈, 일층 창문은 입,
마치 깡똥 로봇의 얼굴이 연상되게 합니다.


시멘트 벽돌로 담벼락을 만들었는데,
나름 이렇게 보니 이미지가 달라 보입니다.
'브로꾸'의 변신은 무죄!

공존!
서울 서촌에 있는 카페 촌이 생각납니다.
이 동네 가게(작업실) 대부분이
유행하는 인테리어가 아닌 개성을 입힌 듯합니다.
그런 특색들을 보러 오는 사람들을 위해
지명을 붙인 것이라 확신해봅니다.

날이 쌀쌀하고 해도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서둘러 한옥마을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다리를 건너는 중에 볼 수 있는 대형 목조 건축물,
한여름 시원하게 낮잠을 즐기기에 제격일 듯!
신발을 벗어야 할 만큼 관리를 잘하는 것 같습니다.

한옥마을로 돌아가는 길,
차, 공방 체험, 한옥 게스트하우스, 식당까지
눈으로 즐길 포인트를 입힌 가게들이 많습니다.
즐기는 사람들은 한 번쯤 돌아볼만하겠습니다.



귀가를 서둘러야 한다는 사실을
이 아저씨가 알려주네요~

전통과 퓨전이
각자의 영역에서 꿈틀 거리는 느낌이랄까?
가볼 만한 곳들은 20분 반경에 모여 있습니다.
3시간이면 충분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오는 길에 택시를 타고
파리 크루아상 붕어빵집 찾아갔습니다만,
가늘 날이 장날이었습니다.
기사님께서 허탈함을 공감해주시며 웃으십니다.
"나도 모르는 곳을 힘들게 왔는데
아쉬워서 어떡합니까? "
그대로 택시를 타고 전주역으로 이동합니다.

#번외. 익산역 문화 예술의 거리
천안아산역까지 바로 가는 KTX가 없다고 하네요.
하여 익산에서 환승하기로 합니다.
익산에 도착해서 다음 기차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었던 상황이라
빠르게 구글링 해보고 주변을 돌아보기로 합니다.
풍남 시장 청년몰을 연상케 하는 문화 예술의 거리!!
독특한 사진들은 건졌습니다만,
돌아보는 내내 폐업, 철거의 장면들을
목격하게 되네요.
익산만 그런 것은 아닐 듯하여 마음 한구석에
안타까움이 드리워집니다.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가족들보다 집에 늦게 도착하겠습니다.
따뜻한 집에서 따뜻한 밥 한 공기를 상상하며
KTX에 몸을 싣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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