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가보는 부산 여행
흰여울 마을 - 75 광장 - 오륙도(이기대 공원) - 송도해수욕장 - 부산타워
연말 휴가 중에 크리스마스를 맞게 되네요.
일기 예보를 보니 부산이 영하로 떨어질 정도로 춥다고 합니다.
'더 추워지기 전에 행차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어
누워있는 아이들을 상대로 섭외를 하기 시작해봅니다.
아내는 특근으로 회사에 나간 상황이라
나름 아침밥도 맛있게 준비해 주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결과는 마음대로 만들어지지 않네요^^
중고등학생 아이들에게 산타클로스의 선물 따위는
동화책에서나 존재하는 것이고,
교회나 성당에 나가면서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 한,
학교 가지 않고 친구들과 신나게 놀 수 있는 날일 뿐입니다.
"아빠, 잘 다녀오세요! ^^"
아쉽지만 몸이 가는 대로 집을 나서봅니다.
온라인으로는 살펴보니 기차표가 없답니다.
하여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역사 창구를 찾습니다.
창구 직원분에게 문의하니 일반석은 매진이라 하여,
돌아갈 생각도 없었던지라 특실에 도전하기로 합니다.
"특실은 없는가요?"
친절하고 상냥하게도 바로 끊어주시네요~
아들 중학교 입학 전에 가봤으니 3년은 넘은 것 같습니다.
시간이 정말 빠르네요.
아직 기억 속에는 불과 몇 개월 전인 것 같은데...
특실인 만큼 나름의 이유가 있어야겠지요?^^
넓은 좌석, 기념 쿠키 제공, 무료 신문에
콘센트, USB 충전단자가 기본으로 제공되네요.
전기세도 못 건질 것 같은 기분이지만
잘 터지는 무료 와이파이에 만족합니다.
리무진 버스는 아니더라도
우등 고속버스 같은 느낌이랄까?
두 시간 만에 부산에 도착했는데,
빠르다는 생각보다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드네요.
편안함은 항상 짧은 듯합니다.^^;;
기차에서 나름 짧은 시간 계획을 세웠기에
바로 시티 투어 점보 버스에 올라탑니다.
시간대가 어중간해서 그런지 승객이 거의 없더군요.
레드, 그린, 블루, 옐로 라인이 있습니다만,
가보고 싶었던 장소가 많은 레드를 선택했습니다.
오래간만에 여행인 만큼
오늘은 사진질을 많이 해볼 생각입니다.
꼼꼼하게 운행시간이 기재된 안내자료를 참조하고,
교통비는 이것으로 종료하기로 합니다.
1 흰여울 마을
첫 번째 목적지는 흰여울 마을,
파도가 부서지면서 생기는 여울의 절경을 따서 지었다고 합니다.
가슴을 뭉클하게 했던 영화 변호인의
촬영 장소이기도 하지요.
그것을 계기로 3년 전에 없던 코스도 생겼습니다.
얼핏 보면 감천마을처럼
멀리서 은은하게 느끼는 것이 좋을 듯한 곳이지만
길을 걷다 보니 나름 아늑함이 느껴집니다.
그래도 한옥마을, 송월동 동화마을처럼
사람이 사는 곳인 만큼,
발자국 소리조차 숨죽여줘야 할 것 같은 생각에
분위기만 느껴보고 자리를 피합니다.
이곳이 그 장면을 찍었던 장소네요.
먹먹해집니다.
게다가 어린 시절 달동네에서 자라서인지
왠지 친근하고 포근하게만 느껴집니다.
마을 좁은 길을 돌다 보니
해변으로 연결되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생뚱맞지만
이런 곳에서 운동하면 몸과 마음의 건강이
함께 회복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내려가는 길이 있으면
올라가는 길도 있는 법!!
지루하지 않게 10계단마다 색깔을 입혀뒀습니다.
하~ 이것도 힘이 드네요.^^;;
계단을 타고 올라온 곳은 흰 여울마을 전망대!
그림자 덕분에 전망대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화물선들이 아이들 장난감처럼 보입니다.
그만큼 망망대해임을 실감합니다.
날이 좋으면 대마도도 볼 수 있다고 하던데
오늘은 거제도 실루엣이 겨우 보이네요.
2. 75 광장
트랙킹 길을 따라 걷습니다.
레드 버스를 타기 위해서죠.
좋은 말이라서 올려봅니다.
'40~50대가 되면 삶의 속도를 조절하라'는
글귀가 생각납니다.
이제 무조건 전진이 아니라
한걸음 물러나서 아래의 글귀들도
되새겨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될 것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하늘 광장을 지나니 바로 75 광장이 나타납니다.
무슨 의미가 있을지 궁금해서 돌아보니,
75년에 조성해서 75 광장이라고 명명했다는 안내글이 있네요.
큰 의미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전반적으로 트래킹 하기에는 좋겠습니다.
75 광장에서 바라본 광안대교,
부산 방문할 때마다 날씨가 도와주고 있습니다.^^
3 부산대교와 오륙도
10여분을 기다리니 레드 버스가 도착합니다.
몸을 싣고 무작정 이동합니다.
'어디를 가볼까?'
노선도를 들여다보니 오륙도가 보입니다.
'흠, 이곳은 볼 것이 뭐가 있을까?'
목적지를 오륙도로 정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태종대는 생략하기로 합니다.
이미 친구와 한번, 아들과 한번,
겨울에 충분하게 걸어 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지요.
물론 아들과 함께 시도했던 코끼리 차 탑승은
언젠가는 꼭 타봐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부산대교를 넘어갑니다. 아찔하네요.^^;;
높은 곳은 질색이라 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만 하며 위기(?)를 넘겼습니다.
컨테이너 야적장이 컬러풀하다고 느껴지네요.
이성이 방전된 것일까요? 아니면 나이를 먹은 걸까요?
^^;;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며 10여분을 달려드디어 도착합니다.
'스카이웨이' 오륙도의 명물이라고 하는데한번 도전해봅니다.
오륙도 스카이웨이로 나가는 길에 바라본 해운대!
보이는 것은 4D인데 2D로 담으려니 안타깝기만 하네요.
먹구름이 좀 있었지만
오륙도의 매력을 가리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오히려 구름 사이에 쏟아지려는 햇빛 덕분에
더 그럴싸한 그림들을 담게 됩니다.
잔잔한 바다가 있어 더 그렇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20여 분간 사진을 담고 이기대 공원을 돌아볼까 싶었는데
주어진 시간 안에 돌아보기에는 코스가 넓습니다.
다시 레드 버스를 기다리러 줄을 섭니다.
흠... 버스가
버스도 쉴 새 없이 달리다 보니 퍼질만하겠네요.
오늘 길을 되돌아보면 생각보다 굴곡이 심하던데.
4 송도해수욕장과 케이블카
대체된 버스가 도착합니다.
다음 코스로 송도를 가보기로 합니다.
아들과의 첫 번째 여행 때 편안한 느낌을 되살리려~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로 이곳을 더 선호합니다.
광안리, 해운대도 볼거리는 많지만 시끄럽습니다.
잔잔한 물결, 백사장, 화려하지 않은 주변,
조용하게 산책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입니다.
못 보던 케이블카가 있네요.
송도에도 슬슬 투자를 하는가 봅니다.
버스에서 내려서 케이블카 입장권 판매소를 찾습니다.
물론 입구에 어묵집에서
따뜻한 어묵 한 개와 국물로 속을 채웁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승강장으로 올라갑니다.
크리스털과 일반이 있던데
바닥이 투명하지 여부를 정하는 듯합니다.
높은 곳은 질색입니다.
군대에서도 제일 힘들었던 것이 낙하산 훈련과
고산지대에서의 유격 훈련으로 기억하는 만큼,
과감하게 막힌 것을 타기로 합니다.^^;;
탑승에 앞서 긴장한 표정이 역력합니다.
걷던 길을 상공에서 내려다보니 스케일이 다르네요.
해안 산책로를 잘 조성했습니다.
혼잡한 수준은 아니지만,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지역 명소가 되겠네요.
올라갈수록 현기증이 심해집니다.
바로 앞자리에 어린아이는 마냥 신이 나서
돌아보고 또 돌아봅니다.
부모님들도 약간 겁이 있는지 쉽사리
아이들 통제하지 못하네요.^^;;
저는 그냥 열심히 찍고 또 찍습니다.
오호라~ 트래킹 코스로 보이네요?
시간 여유가 있으면 걸어보고 싶습니다.
무사히 전망대에 도착해서
승강장에 내리니 마음이 편해집니다.
건물을 나와서 주변을 둘러봅니다.
아직 이렇다 할 것들은 보이지 않지만
주변 경관을 사진에 담아 보기로 합니다.
이제 보니 소원이나 편지를 써서
넣도록 되어 있네요.
싸늘해진 손을 호호 불어서라도
하나 쓰고 왔어야 하는 건데~
아쉬움이 남습니다.
옥상 전망대에서 좌우측의 경관을 감상합니다.
바다는 언제나 멋져 보이지만
화가 날 때는 너무도 무섭기만 합니다.
어린 시절 태풍의 트라우마를
아직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네요.^^
송도 방향
반대 방향
그래도 여전히 긴장된 모습입니다.
막대 사탕을 빨면서
'나는 괜찮다. 잘 즐기고 있다.'는
조금은 덜 긴장해 보이는 모습을 연출해봅니다.
밤에 야경도 좋을 듯한데,
그때까지 기다리기는 무리수입니다.
20여분을 돌아보고 하산을 결정합니다.
다시 돌아가는 길, 이번에는 이걸 타고 갑니다.
올라올 때는 순방향, 내려갈 때는 역방향으로 앉아봅니다.
내려갈 때는 혼자 탑승하니
부끄러움도 덜하겠습니다.^^;;
느낌은 KTX를 역방향을 타는 것과
다르지 않지만 속도감이 없는지라,
차마 고개는 돌리지 못하고
애꿎은 휴대폰 카메라 셔터만 주구장창 눌러댑니다.
등대가 보입니다.
뛰어내려도 죽을 정도는 아닙니다.
'이제 다 왔구나.'
온몸에 긴장이 풀립니다.^^;;
재빠르게 건물을 빠져나와서
레드 버스를 타러 갑니다.
아주 밝은 모습으로~
사람은 역시 땅에서 멀어지면 기가 떨어지는 법이지요.^^
5 부산타워(용두산 공원)
'부산에 왔으면 씨앗 호떡을 먹고 가야지!'
물론 올 때마다 맛은 봤던지라
큰 기대감은 없습니다만 이력을 남기 요량으로~
BIFF 광장 씨앗호떡, 납작 만두 맛을 보자고
발을 디디는 순간,
맛은커녕 인파에 쓸려 다녔습니다.
먹거리는 둘째치고
곳곳에 버스킹이나 볼거리들이 있었지만 멈출 수가 없습니다.
어디론가 밀려 들어가다 보니
다소 한산해집니다. 여유가 생깁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높게 솟아 오른 타워가 보이네요.
아하~ 여기가 용두산 타워구나!!
높은 곳은 질색하지만 전망을 담고 싶은 마음에
어두운 골목골목을 뒤져가며 어렵사리 도착합니다.
그런데 타워 옆 카페가 더 화려해 보입니다?
투썸플레이스로 기억합니다.
I Love Seoul의 영향인가요?
photo zone이 깔끔합니다.
일본, 중국, 한국의 주요 타워를 섭렵하며
익혔던 야경 담기 노하우를 써봅니다.
물론 전용 카메라가 있다면 달랐겠지만
휴대폰을 이용하는 것은 쉽지 않는지라~
도시가 마치 두부판처럼 정리되어 있네요.
대부분 위의 두 개 사진의 형상인데
아래 두 개 사진의 모습은 보기 어려운 장면입니다.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가봤던 타워들 가운데
마케팅 활동이 제일 필요해 보입니다.
전망대를 오를 때는 20여분 기다렸고,
전망대에서 볼 수 있는 것은 5분여 남짓...
그나마 출구에서 승부를 노린 듯합니다.
포토존을 조성했는데 반응은 좋을 듯합니다.
특히 연인들 데이트 코스로 좋겠습니다.
조명과 거울의 반사 효과를 이용한
미니 영상 공연장이라고나 할까요?
크리스마스 부산 당일치기 (3)
아쉬움을 뒤로하고 타워를 빠져나와
하산합니다.
올라올 때와는 달리 정면의 길을 따라
사부작사부작 광장 쪽으로 내려갑니다.
물론 용두산을 내려와서도 쓸려 다녔습니다.^^;;
겨우겨우 빠져나와서 노변에 있는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서
밀면에 불고기를 주문합니다.
기대했던 것만큼 황홀하지는 않습니다.집에서 갈비를 구워 먹어야겠습니다.
먹는 데는 10분이 걸리지 않네요.몹쓸 습관입니다...
식당을 나와서 아내에게 줄 생각으로
어묵 가게에 들어갑니다.
다양한 종류의 어묵을 가방에 쓸어 담고
KTX를 타러 이동합니다.
반나절 돌고 지쳤나 봅니다.
기차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그리고 이동하는 동안
읽을 책을 두 권 사들고 기차에 몸을 싣는다.
부산은 네 번째 와봤습니다.
90년대 초 군대 가기 전에
김해로 취업을 나온 절친을 보러 한번,
4년 전 겨울로 기억하는데 다른 친구하고 한번,
그리고 3년 전 아들과 한번,
매번 코스를 바꿔봤지만 항상 새롭습니다.
가볼 만한 곳도 많은 것 같고^^
관광지가 아니더라도
감성이 느껴지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괜찮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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