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캠핑 일기
도고 모두 캠핑장
지난주 캠장에서의 사색 즐기기 실패를
만회(?) 해보려고,
금요일 오후 퇴근하자마자 짐을 챙깁니다.
물론 목요일 밤에 얼추 챙겨둔 덕에,
바로 이동이 가능한 상태죠!
'햇반과 컵라면만의 조합은 좀 그렇지 않을까?
그래도 캠장에서 고기는 필수지!'
동네 마트에 들러서
갈빗살 한 팩과 마늘, 깻잎, 쌈장, 열무김치, 계란,
골뱅이를 쓸어 담고 길을 나서봅니다.
물론 컵라면은 두 개, 캔맥주는 여섯 개만 챙기고요.
'하루에 세 캔만 마셔보자!'
이것도 무겁습니다.^^
애마의 트렁크 쇼바가 고장 나서 마음 놓고
테트리스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여 년을 함께 해왔던 정이 있지만,이제는 떠나보내야 할 때라 수리도 하지 않습니다.
일단
뒷좌석과 조수석에 짐을 때려 넣어봅니다.
헛!!
먹구름이 몰려드네요?
비 예보는 없었지만 불안 불안합니다.
지난주 토요일 우중 캠핑 기대하고 갔다가
태양과 씨름만 하다 온 기억에,
일기예보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짐을 완비하고 출발합니다.
30여 분을 달려 도착한 곳,
도고 모두 캠핑장!
캠핑장 오픈한 날 첫 번째 손님으로
방문했던 곳이고,
예약할 때마다 사장님께서 '1호 손님'이라고
불러주셨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 당시 데크를 조성할 때 와서
맨 땅에서 1박을 거하게 하고 갔었죠.
사장님께서 오리집을 하셨던지라
누룽지 오리백숙을 한 마리 기념으로
주셔서 잘 먹었던 기억도 납니다.^^
본격적으로 집을 지어야 하는데,
도착하자마자 빗방울이 떨어지네요.
서둘러 타프부터 설치하고 텐트를 들여놓습니다.
형세가 마치 태권브이 머리 같아 보이네요.
오늘은 종 방향이 아니라 횡방향으로
타프를 설치해봤습니다.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는 구조가 나옵니다.
우중 캠핑 즐기기도 최적이라
스스로 만족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지주 팩을 멀찍하게 박아야 하는데
좌우 간격에 여유가 없어서 바로 앞에 박았더니,
지주대를 앞으로 당기지 못하는군요.
타프 가운데가 처지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오늘이 금요일이라 한 팀만 있습니다.
연박은 입구에 한 팀과 나뿐이라고 합니다.
개수대에서 사모님께서 소개해 주셔서
잠시 이것저것 짧은 담소를 나눠봅니다.^^
'즐겁게 쉬다 가세요'
캠이란 게 이런 맛도 있어야겠지요.^^
그릇도 필요한 용도에 맞춰 다섯 개만 챙겨 왔습니다.
'최대한 잘 써보자!'
텐트 치고 비도 오고, 캔맥주 안주로
갈빗살과 고추냉이, 열무김치, 통마늘과 깻잎을
햇반과 함께 처리합니다.
마늘 씨알이 굵어서 아리지만 천상의 맛입니다..
살살 녹는다는 표현을 이럴 때 쓰는군요.^^
비가 계속 내립니다.
화로대를 가동해서 빗소리와 함께
어우러지는 장작 타는 소리를 즐겨봅니다.
빗소리, 개 짖는 소리, 닭소리, 풀벌레 소리,
개구리 소리... 자연 속에 젖어듭니다.
다행히 벌레, 모기는 출연하지 않아서
너무 좋습니다.
이렇게 지난주에 맛보지 못한
소소한 우중 캠핑을 즐겨봅니다.
주변 가로등과 가스등이 있어 감성을 더합니다.
아주 조용하고 포근한 저녁시간을 보낸 것은
2015년 광덕산 이후 처음인 듯합니다.
내일은 이런 분위기는 힘들 듯하여,
앞뒤 가리지 않고 혼자서 원 없이 즐깁니다.
양서방 부부의 깜짝 방문이 있었습니다.
싸 들고 온 맥주, 자두와 함께 불멍을 보내고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튿날 아침, 너무 개운합니다.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고 습도도 적당하고~
물론 밤새 고장 난 닭들의 기상나팔소리에
방해를 받기는 했지만,
인간 소음은 전혀 없었던지라,
너무 편안한, 바라던 잠을 잤습니다.
자, 아침을 먹어야겠지요?
싸 들고 온 짐을 뒤져보고,
칼칼한 쌀국수, 햇반, 참치, 열무김치로
가볍게 아침 끼니를 해결합니다.
이것도 나름 콜라보가 됩니다. ^^;;
아직 해가 뜨지 않아서 아주 시원합니다.
사이트 경계에 돌복숭아 나무, 호두나무 등
커가고 있는 과실 수가 있네요?
가볍게 식후 커피 한 잔을
밥그릇에 막걸리처럼 마셔봅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루하지 않을 책도 두 권이나 챙겨 왔는지라,
방해 없이 재즈를 곁들여 독서라는 것도 즐겨봅니다.
조용하니 만사 긴장 없이 편하기만 합니다.
'자, 밥시간이 또 돌아올 것이니
소화를 시켜볼까나?'
잠시 책을 내려두고 주변을 돌아봅니다.
근데 사이트는 아직 어제 모습 그대로네요.
오늘 오후에 물밀 듯이 들이칠 것 같습니다.
불안 불안^^
여기는 아산 레일바이크 반환점입니다.
캠핑장 바로 앞이죠.
지금은 손님이 없어서 한산한 모습입니다.
가볍게 레일을 따라 걸으며
이미지가 좋게 몇 컷 담아봅니다.
사이트 진입로와 전경!
화장실, 샤워장, 개수대, 분리수거장까지
상시 관리를 하셔서 시설이 깔끔합니다.
특히나 샤워장은 냉온수가 아주 잘 나옵니다.
땀 흘리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설치 대기 중인 흔들의자들인데,
어디에 설치할지 애매합니다.^^
캠핑장을 나가서 동네 우회 길을 걸어봅니다.
오래된 기찻길, 진입 통제 철기둥...
그 위로 두루미? 한 쌍,
철길 위에서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
물론 조형물입니다.
밤새 울던 닭들이 살고 있는 집입니다.
짧은 꽃길이 이어져있어 삭막하지는 않습니다만,
강아지의 격한 환영인사가 있는지라 발길을 돌립니다.
'엄청 짖어대는구먼^^~'
그래도 오전 11시,
밭일하는 사람도 아닌데 새참을 챙기게 됩니다.
계란 네 개를 풀어 찜을 해봤습니다.
어떤 양념도 없는지라 아주 담백한 맛입니다만
프라이 팬을 겸하는 그릇에 눌어붙었습니다.
왜냐고요?식용유, 올리브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T T
정오를 전후해서 입주자가 늘고 있습니다.
좌우측으로 텐트가 올라갑니다.
그래도 텐트 치는 소리가 계속되지만,
푸르른 하늘은 그저 아름답기만 하네요.^^
소음마저도 수용하게 할 만큼 평온을 찾았습니다.
청포도? 야생?
담장 밖이라 차마 손대지 못하겠네요.
아주 먹음직스럽습니다만...
청포도는 아니겠지요?^^
어느덧 오후 4시!
집 나와서 더울 땐 골뱅이와 비빔면이 법칙이지만
얼음이 없는 관계로 건너뜁니다.
'다음 캠때 먹어야겠다.'
(결국 집에 돌아가자마자 저녁식사로 처리했습니다.^^)
양서방이 제공해 준 곱창을 메인으로,
매콤 참치, 남은 마늘과 깻잎을 볶아 봅니다.
당연히 즉석에서 실험한 것이지요.
덕분에
맥주 두 캔과 햇반 두 개를 게눈 감추듯이 처리하면서
점저를 해결합니다.
너희는 다음 기회에 먹어주마!
배부름을 안고
의자에 누워 선선한 바람을 느껴봅니다.
여기가 바로 무릉도원♡♡
이번 캠은 정말 나에게는 딱 맞는 상황의 연속입니다.
서서히 넘어가는 해를 확인하고서
남은 장작들에 불을 댕겨봅니다.
노을이 절정에 다다릅니다.
넘어가기 싫어하는 해를 구름이 밀고 있는 듯하네요.
주변 입주 팀들은 열심히 불 피우고 식사하느라
넘어가는 해조차 생각할 겨를이 없어 보입니다.
안타깝습니다.^^
아홉 시가 되어서야 장작을 모두 태웠습니다.
첫날과 달리 모기가 극성이네요.
재빠르게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면서
몸에서 나는 채취들을 제거해봅니다.
그리고
바로 텐트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기로 합니다.
"6번 사이트 손님!"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텐트 문을 열어봅니다.
어라? 사장님이시네요?
백발의 사장님께서 밝은 인사를 건네시며
검은 봉다리를 손에 쥐여주고 가시네요.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1호 손님!
편하게 쉬다 가세요."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수년 만인데 오히려 건강해지신 모습이셨습니다.
가시면서도
옆 텐트에 '개시 손님' 안내를 해주시고^^;;
사실 잠시 잠에 빠질 듯 한 상황이었는데
덕분에 잠이 달아났습니다.
핑계 김에 남아 있던 컵라면과 햇반, 계란 세알,
열무김치를 모두 털어 넣고
때 아닌 야식을 즐겨봅니다.^^
얼굴이 퉁퉁 부을 것을 알면서도
기분 좋게 배를 채웁니다.
바로 옆 팀이 1시를 넘겨가며
불과 소주를 곁들여 소곤거리지만,
어제 편안함을 즐겼는지라 나름 이야기를
자장가 삼아 잠을 청합니다.
금세 적응됩니다.
마치 층간 소음 적응되었던 것처럼^^
푹 잤다고 생각돼서 일어나 보니 7시!
이 시간 캠핑장에서 소음 유발은 예의가 아니겠지요?
수건을 둘러메고 사부작사부작 세면실로~
파쇄석 밟는 소리조차 부담스럽습니다.^^
비올 확률 30퍼센트,
역시나 기미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개운한 날씨를 벗 삼아
사발 카누로 캠을 마무리하고 철수 준비를 해봅니다.
짐도 많지 않은지라 금방 정리됩니다.
마지막 타프 철거를 앞두고
흐르는 땀도 식힐 겸 글을 마무리합니다.
몇 년 만의 방문이어서 그런 것일까요?
이틀간은 아주 만족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사장님께 올여름 다시 방문하겠다는
문자 인사를 남기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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