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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캠핑기] 유구 사계절 캠핑장

SIMTong 2021. 1. 17. 07:09

나 홀로 캠핑 일기

유구 사계절 캠핑장

 


 

6.26 금요일,

답답한 마음에 퇴근하자마자 캠핑을 갑니다.

추정컨대 아들 중학교 입학 후로 기억이 없으니,

 

족히 5년은 묵혔을 장비들 살균도 겸해서

서둘러 장비들을 챙기고 길을 나섭니다.

코로나를 고려하여 한적한 장소를 탐색했는데,

생각보다 자리 확보하기가 어렵네요.

집콕, 산책만으로 거리두기를 실천해왔던

나만 바보가 된 기분이랄까...

 

천안 아산 주변은 어렵고

공주 사계절 캠핑장에 전화를 걸어봅니다.

 

" 사장님, 자리가 있을까요? 이틀입니다."

 

" 예, 자리 있고요, 오셔서 편한 곳에 치세요."

 

1박에 35000원이랍니다.

 

일단 출발합니다!

지금까지 잘 썼던 발포 매트가 사라져서

급하게 고릴라 캠핑용품장에 들러

자충 매트를 장만하고,

먹거리도 챙겨서 달리기 시작합니다.

 

풍세, 광덕산을 넘어서 유구 방향으로 차를 몹니다.

30여 분을 달려서 도착,

아직 해가 남아있지만 금방 어두워질 태세입니다.

 

저녁 8시가 다 돼서야 자리를 잡고

타프와 텐트를 설치합니다.

오래간만이라서 손이 아주 더딥니다.

거리감도 떨어진 듯하고^^;;

타프와 텐트는 텐션이 생명인데...

산에서는 해가 빨리 집니다. 금방 어두워졌네요.

LED 조명을 켜고 얼추 완성만 합니다.

각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천만다행입니다.

지금부터 2박 3일간의 캠핑을 시작합니다.

아...이렇게 보니 참 없어보인다. 6.25전란도 아니고^^;;;

양서방 부부가 함께 해주기 위해 왔습니다.

 

십 년이 다 되어가는 가스등을 켜고,

양서방이 새로 구입했다는 화로대에 불을 붙입니다.

몇 년 만에 다시 불을 붙였는데 여전히 감성적입니다.

동행해 준 양서방 부부는 차박을,

나는 텐트에서 하룻밤을 보냅니다.

 

그런데 차박이 더 편해 보입니다.^^

 


에고고...

 

조용하게 시간을 보내고자

캠핑장을 선택했습니다만,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밤늦게까지 스피커 틀고 음악 듣는

젊은 차박팀,

새벽 내내 울고 싸워대는 고영희님들,

새벽부터 음악 틀고 아침 챙기는

아빠와 아들 팀...

너무 오랜만에 나와서인지 적응이 안 됩니다.

아니면 나이 먹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걸까요?

 

아무튼 편안함이라는 단어는 실종된 듯합니다.


 

2일 차,

아침에 소음을 제조하던​ 두 팀이 철수하고

한동안 편안한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나~

구관이 명관이라는 표현을 여기에 쓰기는 그렇지만...

 

아주 막강한 세 식구 팀이 들어옵니다.

포스가 예사롭지 않다.

역시나 예상은 빗나가지 않네요.

어두워진 이 시각에도 신나게 마시고 떠들고,

배드민턴까지 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초등생으로 보이는데,

이게 보여줘야 할 바람직한 모습일지 의문이다.

 

아이들이야 물놀이하고 즐겁게 노는 것은 

이해하지만 어른들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최소한의 예의조차 간과한다면...

사회성의 기본은 배려와 존중이거늘,

낮부터 소주병 쌓아가며 떠들어 댑니다.

 

아직 대낮이고 이해할 수 있지만,

 어두워지면 조용해질 것이라 생각했던

저의 기대가 완전히 날아갑니다.

요즘 캠핑장은 이렇게 변한 걸까요?

제가 공감 능력이 떨어진 걸까요?


블로그에 글을 쓰기 전에

답답한 마음을 풀고자 주변을 돌아봤습니다.

사계절 캠핑장에는

사이트가 120개 정도 있는 듯합니다.

규모가 생각보다 아주 크네요.

 

참고로 여기는 세 번째입니다.

올 때마다 기억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인터벌이 길었던 이유를 이제야 깨닫습니다.^^;;

아래는 진입로부터 각 사이트들 위치를

입구에서 바라본 것입니다.


전봇대를 쭈욱 따라가면 진입로가 시작됩니다.

아스팔트 도로에서부터 약 300여 미터를

더 들어와야 하지요.

 

아스팔트는 아니더라도 콘크리트 포장은

어떨까 싶네요^^

 

들어오면서 흙먼지를 한가득 선물로 받아서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캠핑장 입구에 표지석이 있고

좌우 갈림길이 나옵니다.

왼쪽은 위로 가는 길, 오른쪽은  넓은 제대로 가는 길

 

 

  

 

​왼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좌우 측으로 사이트가 쭉 펼쳐져 있습니다.

 

저는 좌측으로 올라가서 106,7번을

겹쳐서 사용했습니다.

그늘도 좋지만 이미 점령을 당했고,코로나 19를 고려하면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서인데,

예상은 아주 보기 좋게 빗나갑니다.

 

다만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서인지

두 사이트를 겹쳐서 집을 지어도 뭐라 하지 않습니다.

일종의 거리두기 작전 인 셈이지요.


입구와 곳곳에 호두나무가 있습니다.

 

이번 입주한 사이트가 맨땅이었던 때에

방문했었으니까, 그 당시에 비해서

엄청 자란 모습입니다.

맨 위 사이트에 두꺼비 바위가 조성되었네요.

그 뒤로는 울창한 숲과 들꽃 천지인데

색감이 아주 좋습니다.


2일 차 저녁,

함께 해주면서 맛난 음식도 만들어주던

양서방 부부가 돌아갑니다.

 

시끄럽기도 하고,

집에 혼자 있는 공주님을 챙긴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혼자 남아서 남겨주고 간 장작을 소진합니다.

 

이럭저럭 블로그에 글을 쓰는 사이에 해가 넘어가네요~

 

 

식사보다는 맥주 한 잔에 야음을 즐기면서

다음 캠에 대해 고민해보기로 합니다.


아이들 크고 나서 백패킹이나 미니멀 캠으로

전환하고 조용한 시간을 보내보자고

다시 시작했는데,

 

유명한 사이트보다는 노지처럼 한산한 곳을

고려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캠장이든...

사실 오늘 비 온다는 일기예보에 어제 서둘러

우중 캠핑을 준비했었지요.

그런데 뙤약볕만 즐기다가 가게 됩니다.^^

설마 철수할 때 비가 오는 건 아니겠지요?


밤 열 시,

캠장에서는 아직 이른 시간은 맞지만,

계속될 조짐입니다.

 

이 소음 속에서 어떻게 잠을 청할지 걱정입니다.

결국,

고영희 님들의 밤샘 투쟁까지 더해지고,

기온까지 내려가면서 자다 깨다를 반복합니다.

7시 즈음,

자리를 박차고 나와 보따리를 다시 풀고

아침 거리를 준비합니다.

 

(사실 해 뜨면 바로 철수할 생각이었지만,

안개 때문에 부득이하게 조식을 챙겨야 했습니다.)

역시 캠나오면 컵라면에 햇반이 짱!

아침을 먹고 잠시 의자에 앉아서

조는 것인지 휴식을 하는 것인지

몽롱한 상태로 멍을 때리기 시작합니다.

 

'올타쿠나~'

해가 살짝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텐트, 매트, 방수포 건조 작업을 실시합니다.

 

되살아나는감으로 후다닥 접어서 차에 싣고,

시원하게 물 한잔 마시고 캠핑장을 떠납니다.


저의 취향과는 거리가 있는​ 캠핑장이었지만

유구 사계절 캠핑장은 아이들의 천국입니다.

 

수영장, 놀이터가 갖춰져 있어서

유아나 초등생 자녀가 있다면 최고의 장소죠!

단, 조용한 분위기를 즐기려는 분들에게는

가급적 다른 곳을 선택하기를 권해봅니다.

그리고

어느 캠 장에서 이든 매너와 에티켓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캠핑을 바라봅니다.

그래도 핑계 김에 자충 매트 하나는 건졌네요.^^

알아서 주입은 되는데 공기 빼다가 힘도 다 뺐습니다.

집 거실에다 펼쳐두면 시원하게 잘 수 있겠습니다.

 

어쨌거나 백패킹을 고려하는 중인지라,

한 동안 고릴라 캠핑용품점 마니아가 될 듯하군요.^^